매일 같이 들르고 머물고 지나치는 수많은 건물과 공간에 질문을 던져본 적 있는가? 왜 우리 집 현관문은 바깥쪽으로만 열리는지, 왜 한국의 골목길은 주차장으로 변해버렸는지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이렇게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칠 법한 것들에 던지는 질문들로 이루어진 책 ‘익숙한 건축의 이유’가 출간됐다.
책은 집, 동네, 도시, 크게 세 부로 구성된다. 그리고 총 스물네 가지의 일상적인 건축물과 장치들에 대해 얘기한다. 저자인 건축가 전보림이 실무를 위해 런던에 거주한 5년 동안, 하나둘 발견한 흥미로운 디테일들에 관한 얘기다.
저자는 먼저 거실, 창과 문 등이 사용자를 위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외국의 것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작지만 중요한 디테일을 잡아내 유쾌하게 들려준다. 그중 하나가 바로 현관문이 열리는 방향이다. 한국은 집 안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기 때문에 신발을 현관 바닥에 놓기 위해 문이 바깥으로 열려야 하지만, 영국은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문화라 문이 안쪽으로 열리는 것이 더 편하다. 별 것 아닌듯한 차이지만, 그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단순한 설계상의 결정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방식과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집을 둘러본 다음에는 동네를 탐방하고, 더 나아가 도시의 구석구석을 집요하게 관찰한다.
길, 카페, 식료품점, 도서관 등 내 삶의 일상적 배경이 되어주는 친숙한 건축에 관심을 기울이면, 또 다른 흥미로운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늘 부족했던 주차 공간으로 인해 십중팔구는 주차장이 돼버렸던 한국의 골목길과 달리, 산책하고 자전거 타기에 좋은 보행자 중심의 영국 골목길의 차이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두 나라의 교통 정책과 도시 설계의 차이에서 비롯됐음을 설명한다.
한국과 영국이 공공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에도 주목한다. 한국의 도서관은 주로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을 제공하는 반면, 영국의 도서관은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커뮤니티 허브로 기능하는데, 이 또한 결과적으로는 두 나라의 문화와 생활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렇게 저자는 두 나라의 문화와 생활 방식을 비교하고, 그 차이점들이 어떻게 건축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며, 그렇기에 건축물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일깨운다.
“익숙한 건축의 이유”는 외국의 화려한 건축물이나 낯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 속 건축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공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며, 우리가 익숙하게 여겼던 공간들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나는 그저 수단이고 배경인 줄 알았던 건축과 도시가 내 삶의 방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저자와 같이, 일상에 늘 질문하고, 자신의 둘러싼 삶의 배경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