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건축가 리카르도 스코피디오Ricardo Scofidio가 2025년 3월 6일 89세로 별세했다.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 공원을 설계한 건축가로 잘 알려진 스코피디오는 엘리자베스 딜러Elizabeth Diller, 찰스 렌프로Charles Renfro, 벤저민 길마틴Benjamin Gilmartin과 함께 뉴욕에서 딜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Diller Scofidio + Renfro를 이끌며 세계 여러 도시에 대표 건축물을 남겼다. 2009년 왕립건축학회 건축상을 포함한 다수의 상을 수상했고,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딜러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스코피디오는 1935년 뉴욕 출생으로, 쿠퍼 유니온 건축학교Cooper Union School of Architecture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1965년 쿠퍼 유니온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1981년 딜러와 함께 현재의 딜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로 발전한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렌프로가 1997년 합류하면서 스튜디오에 이름을 더했고, 길마틴은 2004년에 스튜디오에 합류했다.
초기 작업은 물리적 형태의 건축보다는 건축 이론에 더 초점을 두었다. 1980~1990년대에는 설치 미술, 비디오, 공연을 중심으로 평가되기도 했고, 이후 프로젝트 규모를 키워 나갔다.





조경 디자인 전문 필드 오퍼레이션즈Field Operations, 조경 디자이너 피트 우돌프Piet Oudolf와 협력하여 완성한 하이라인은 성공적인 도시 재생 사례로 꼽힌다. 폐쇄된 화물 기차 선로는 2.4km의 선형 공원이 되어 긴 여정 사이사이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이 외에 뉴욕의 실험적 문화 공간 더 셰드The Shed,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리노베이션, 링컨 센터 개보수, 15 허드슨 야드15 Hudson Yards 고층 주거 빌딩 등이 있으며, 그 밖의 도시에서는 로스앤젤레스의 더 브로드The Broad 아트 뮤지엄, 런던의 박물관 V&A 이스트V&A East, 모스크바의 자랴디예 공원Zaryadye Park을 비롯해 다수의 프로젝트를 완성시켰다.
그가 남긴 건축은 전통적 개념의 공간 이상의 역할을 한다. 도시 재생과 공공성을 강조하고, 도시 공간의 경험을 선사하는 매개이자 다기능적이고 사람들을 이끄는 공간, 자연과 도시를 조화시키는 맥락의 고리로서 존재한다. 그것이 수십 년간 딜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를 이끌며 실현해 온 가치이며, 현재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백여 명의 직원과 파트너들은 그 유산을 계속해 이어갈 것이다.
딜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 측은 현재 고인의 추모식을 계획 중이며, 구체적인 일정은 몇 주 내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