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타
에디터 현유미 부장
자료제공 노말건축사사무소
왁자지껄한 북촌 초입. 그 한 켜 뒤의 조용한 골목을 걷다 보면 새파란 작은 간판이 불을 밝힌 건물을 만나게 된다. 북유럽 레스토랑 ‘만가타’이다.
만가타란 ‘어두운 밤, 달이 강 수면에 떠 오르는 모습’을 일컫는 스웨덴 단어다. 북유럽의 서늘한 밤공기와 그 속에 감도는 미묘한 따듯함을 연상케 하는 만가타의 이미지처럼, 이곳의 음식은 거친 듯 부드럽고 차가운 듯 따듯하며 기승전결의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상충하는 요소들의 공존’을 컨셉으로 삼은 내부 공간도 이러한 만가타의 음식을 꼭 닮았다.
갈색 타일 벽과 묵직한 검은 철문, 골목에서 마주한 만가타의 첫인상은 무표정 그 자체다. 하지만 철문을 여는 순간 눈앞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검은 철판과 하얀 타일로 이루어진 통로와, 통로 너머에 조성된 중정이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눈부신 햇살, 거친 돌바닥, 푸른 초목이 어우러진 중정은 번잡스러운 도심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선물 같은 풍경을 즐기며 중정을 지나면 또 하나의 철문이 나타나고, 그 문을 열어야 비로소 매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러 겹의 공간을 거치는 진입 과정부터가 한편의 스토리다.
건물은 중정이 딸린 전형적인 디귿형 한옥이다. 건물의 구조상 내부 공간은 자연스럽게 세 개의 구역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주방, 나머지 둘은 홀로 쓰인다.
모든 구역이 중정과 맞닿아 있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 중정을 면한 쪽 입면에는 통유리벽을 설치했다. 덕분에 어디서든 중정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내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공간은 두 홀이 만나는 모서리 지점이다. 반원형의 오목한 벽 앞에, 추상적인 조형물까지 놓여있는 이 공간은 어딘가 모르게 수면 위로 떠오르는 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그야말로 만가타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지나치게 한옥 같지 않은 모던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한옥의 주요 요소는 그대로 보존하되 벽은 노출 콘크리트로, 바닥은 테라조로 마감했다.
또한, 대들보 아래쪽에는 철판으로 처마를 만들고 그 위에 조명을 설치하여 빛이 은은하게 새어 나오도록 했다. 차가운 물성의 재료지만, 조도와 색온도를 철저하게 계획함으로써 따듯함이 공존하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이러한 간접조명은 천정의 목구조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목재 테이블과 의자마저도 선형성을 강조한 순수 기하학적 형태로 제작하여 미니멀한 공간의 분위기를 한층 더 극대화했다.
작품명: 만가타 / 위치: 서울 종로구 삼청로2길 40-5 / 설계: 노말건축사사무소 / 시공: 구파트너 / 가구: 노말건축사사무소, General Gray / 조경설계: 조경상회, 그린부라더 / 용도: 일반음 식점 / 면적: 68.82m² / 규모: 지상 1층 / 완공: 2019.12. / 사진: 최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