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초소책방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이충기 + 공명 건축사사무소
오래 전부터 땅의 주인으로 자리해 온 것은 건물이 아니라 숲이다. 또한, 바위일 것이고 나무 사이로 흘러 다니는 바람일 것이다. 건물은 그들을 단단히 의식하고 있고 그들의 흐름과 움직임을 고스란히 중계하고 있다. 투명성은 건물이 가진 가장 큰 언어로서, 밖에서는 반추하고 안에서는 투과시키며 그들의 존재감을 더욱 강조하고 존중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 거듭난 건물은 50년간 청와대 방호용 경찰 주둔지로, 기존 건물은 2개 층의 높낮이를 가진 단층 건물이었다. 낮은 쪽 옥상 부분은 2층으로 증축하여 문화공간으로, 높은 부분은 전망대로, 기존 건물 주변의 콘크리트 인공 시설물 철거 후에는 훼손된 바위와 수목을 함께 복원하여 공중화장실과 양질의 휴게 공간으로, 각각 탈바꿈해 놓고 있다.
시멘트 벽돌과 플라스틱 판재로 마감된 외부 벽체와 내부 칸막이벽이 모두 철거되고 자리 잡은 것은 유리다. 거의 모든 외벽이 유리로 마감되어 주변 수목과 바위가 만들어내는 경관이 자연스레 실내로 흐른다. 폭 15.48m, 높이 3.4m의 1층 슬라이딩 도어가 열리면 내부에서도 자연의 바람과 경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2층 역시 2개의 층고를 이용하여 도시 및 자연 경관이 한눈에 보이도록 개방감이 극대화되어 있다. 확연히 드러나는 투명성은 기능을 떠나 또 다른 의미 부여가 가능할 것 같다. 건물이 자리하는 곳은 인왕산 스카이웨이 산책로로서 장애 유무, 다양한 연령대, 지역민 여부 등 누구나 제한 없이 접근이 용이하도록 개방된 공간임을 상징적으로 명시한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
기존 벽체보다 후퇴된 지점에 기존에 없던 필로티가 조성되어 반 외부공간이 마련된 것도 투명한 장치의 일부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오가는 객들에게 태양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공간을 제공하고, 기존보다 확장된 데크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기존 외벽의 시멘트 벽돌과 출입문의 일부는 보존되어 있다. 시선을 차단하는 요소 또는 벤치로 활용되어 기존 건물에 대한 기억과 흔적의 요소로 의도된 것이다. 기존의 기름 탱크 역시 보존하여 일종의 외부 조경 및 풍경으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조면에서도 대대적인 환골탈태가 이루어져 있다. 내진 성능이 없는 콘크리트 가구식 구조 중에서 기둥, 보, 슬래브는 보존하되 탄소섬유로 보강하여 내진 성능을 갖추고 있다. 증축에 사용된 철골 구조와 탄소섬유 보강재를 모두 노출하고, 천장재와 H빔 사이 간격에 간접조명을 삽입함으로써 구조적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유리 벽체와 더불어 개방감과 공간의 투과성을 높이는 요소가 되고 있다.
기존 건물은 청와대의 인왕산 지역 전면 개방 계획에 따라 경찰 인력 축소 및 이전으로 철거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산세가 수려하고 전망이 양호한 데다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여건을 간과하지 않고, 유관 기관 간의 협조를 통해 비공개 방호시설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로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작품명: 인왕산초소책방 /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왕산로 172 / 설계: 이충기(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 협력: 김진숙 (공명 건축사사무소) / 건축면적: 지하층_23.47m²; 지상 1층_195.85m²; 지상 2층_111.93m² / 용도: 북카페, 공중화장실, 전망대 등 복합문화공간 / 구조: 기존_RC구조; 증축 및 리모델링_철골구조, 탄소섬유내진보강 / 완공: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