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센터
Raphael Center
벽돌로 정돈된 입면 위로 사각형의 창틀이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고 있다. 세상을 더 잘 보려고 눈앞에 망원경을 둔 것도 같고, 세상을 향해 뭔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입을 모아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새롭고 다소 다른 모습이지만, 자신 역시 주변의 오래된 근린생활시설들과 다를 바 없이 도시의 일부로 그들과 섞여 함께 서 있음을 몸으로 말하고 있다.
서울시 성북동에 위치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무료의료시설로, 고시원으로 운영되던 열악한 건물을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의료 공간 및 지역주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작업이다. 기존 건물은 지하층이 많이 습하고, 지상층은 구조와 단열 성능이 매우 저조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수백 명씩 몰리는 환자들을 수용하고 계획된 프로그램을 모두 실현하기에 너무 협소한 장소라는 점이다. ‘가변성’을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삼아 말하자면 ‘1공(간)2역’이 되도록 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결과적으로, 비어있는 공간이 최대한 확보되어 많은 사람들이 동 시간대에 머물 수 있고, 트랙 형태로 동선의 흐름이 조직화되어 환자의 움직임에도 막힘이 없다. 또한, 주말에는 진료공간으로 활용되다가 주중에는 지역주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로 전환되는 가변적 사용이 가능하다. 주말에는 환자 대기용 평상이던 것이 주중에는 무대가 되고, 의자가 자리하는 환자 대기실은 객석으로 변모한다. 지상 각 층에 마련된 의료시설의 접수 및 대기 공간 역시 주중에는 다양한 문화 교육 강좌를 위한 강의실로 변경되어 활용된다. 단순하고 기능적인 동선 체계는 진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어있는 공간은 필요에 따라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
외부적으로도 새로운 마감과 기능으로 단장되어 있다. 단열재가 추가되어 단열 성능이 높아진 동시에 치장벽돌로 마감되어 주변과 친근하고 품위 있게 어우러진다. 창문 역시 단열창호로 교체된 후 세로로 긴 직사각형의 돌출된 처마가 덧붙여져 있다. 처마 안쪽이 노랑, 빨강, 파랑, 초록 등 다채로운 색상으로 마감되어 햇볕 아래에서나 조명 빛이 번져 나갈 때면 고유의 색감을 그대로 드러낸다. 만민의 다양성이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구나 싶다. 1층에는 길을 따라 가로로 길게 검은 톤의 캐노피를 두어 기단부나 반석의 견고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라파엘센터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신 뒤 전 재산을 기부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쏟은 봉사 단체다. 동성고등학교 체육관 복도에 임시로 터를 잡아 운영한 지 10여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갖추게 된 것이다. 가톨릭 교단이 공간을 마련하고, 뜻있는 의사 및 간호사와 자원봉사자 등이 참여하여 운영되는 만큼 지역을 넘어 도시 전체로 섬김과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공간적 근원이 되리라 기대한다.
작품명: 라파엘센터 / 위치: 서울시 성북구 창경궁로 43길 7 / 설계: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 김승회(서울대학교) / 용도: 근린생활시설 / 규모: 지하 1층, 지상 5층 / 대지면적: 398.4m² / 건축면적: 196.6m² / 연면적: 1177.08m² / 구조설계: 한구조 / 기계&전기: 건창 / 시공: (주)이안알앤씨 / 건축주: 사단법인 라파엘 인터내셔널 / 완공연도: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