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공간을 활용해 작품의 경계를 확장하는 장소 특정적 전시 ‘이요나: 공간 배치 서울’이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5월 24일부터 8월 4일까지 개최된다. 이요나는 스테인리스 스틸 배관을 주요 소재로 사물과 결합해 일상 속에 존재하는 이분법적 구분과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해왔다. 본래의 구조와 문법을 수용하는 동시에 공간이 내포한 통상적 관념을 틀어 그 경계를 지우는 것인데, 2023년 열린 아트선재센터 그룹전 ‘오프사이트’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데 이어 이번 개인전에서는 미술관의 건축 구조에 한층 적극 개입하는 방식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건물의 내부와 외부,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사이의 경계를 물리적으로 또는 개념적으로 지우고,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층위의 시간과 속도를 연결한다. 작가의 대규모 신작 프로덕션은 크리에이티브뉴질랜드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었다.
전시와 동일한 제목의 작품 ‘공간 배치 서울’(2024)은 미술관 외부에 위치한 지상층 한옥에서 출발해 미술관 내부 계단을 타고 건물 위 옥상정원으로 향한다. 건물의 내외부, 서로 다른 층계를 오가는 전시 경로 사이에 일반적인 실용 사물들, 예를 들어 침실 가구나 욕실, 주방, 미화 용품을 놓음으로써 전시 공간이 가진 통념을 흔드는데, 이로써 관객은 전시 관람자로서의 행동양식을 깨고 작품에 반응하고 개입하게 된다.
배관 조각이 빼곡하게 놓인 한옥 공간과 중심부를 비운 옥상정원을 비교하면, 이요나가 태어난 한국과 자라며 생활한 뉴질랜드 두 국가의 밀도와 일상 속도 차를 대입해 생각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오가며 분주하게 돌아가는 서울과 자연환경이 드넓게 자리하고 여유로운 뉴질랜드는 작가가 인지하는 도시 풍경이다. 점점 더 나뉘고 분리되는 공간과, 갈수록 압축되는 시간 개념은 우리가 도시에서 더 많은 장면을 잃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시 ‘이요나: 공간 배치 서울’은 그러한 공간과 시간을 이어서 보여 주며 잃어버린 장면들을 붙잡는다. 그 방식이 되는 장소 특정적 개입은 미술관의 공간을 활용하고 안팎을 연결하여 관람자의 감각을 확장한다. 전시 경로의 마지막 지점인 옥상정원 너머의 서울 전경으로 시선이 확장되면서 전시 공간과 작가의 작업은 도시 환경의 일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