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펜타인 파빌리온, 조민석의 ‘다섯 섬과 그 사이’
건축가 조민석과 매스스터디스가 디자인한 올해의 서펜타인 파빌리온, ‘다섯 섬과 그 사이Archipelagic Void’가 6월 5일 런던 켄싱턴 가든에서 공개됐다. 크기와 형태, 기능이 각기 다른 다섯 개의 ‘섬’이 중앙의 원형 공간을 별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단일 구조물이었던 이전 파빌리온들과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한국 전통 가옥의 ‘마당’ 역할을 하는 중앙 보이드는 개인의 일상 활동부터 대규모 집단 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 서사를 수용하게 된다.
“우리는 먼저 20여 개의 역사적 파빌리온들이 있던 서펜타인 부지에 무엇을 추가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다르게 접근하기 위해 이곳을 백지 상태Carte Blanche로 보지 않고 주변 요소들을 고려하면서 중앙을 비워내는 도전에 임했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역사를 반영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과 이야기를 열어가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조민석의 설명이다.
런던 남서부 서리 지역에서 조달한 천연 목재로 지어진 5개의 구조물은 콘크리트 주각들로 지지된다. 주각들을 파빌리온 밖으로 확장하여 만든 빌트인 좌석은 방문객들이 기대거나 앉아 쉬기에 유용하다. 중앙 마당에서 만나는 다섯 개의 구조물들은 거대한 강철 링으로 서로 연결된다. 지속 가능한 목재와 강철로 제작된 물결 모양의 지붕은 버드나무 가지를 닮아 유동적이고 가벼운 외관을 만들어낸다. 반투명 패널을 사용해 자연광이 내부로 스며들고 하루 종일 역동적인 빛과 그림자 패턴이 연출된다. 서펜타인 인근의 공장에서 첨단 디지털기술로 제작한 부재들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정밀도를 보장하고 시공 시간도 단축할 수 있었다.
파빌리온은 다양한 자연 채광이 돋보이는 유연한 공간으로, 6월부터 10월까지 방문객을 맞이하고 라이브 프로그램을 개최할 예정이다. 파빌리온을 구성하는 다섯 개의 구조물은 ‘갤러리’, ‘오디토리움’, ‘도서관’, ‘티하우스, ‘플레이타워’. 사이사이의 여백 공간과 더불어 파빌리온과 주변 공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활동과 자연스럽게 통합된다.
‘갤러리’는 서펜타인 사우스 갤러리와 이어지는데, 서펜타인의 큐레이팅 활동을 외부로 확장하는 입구 역할을 한다. 여름에는 뮤지션이자 작곡가인 장영규의 6채널 사운드 설치 작품 <버들은The Willow Is>이, 가을에는 <월정명Moonlight>이 이곳에서 상영된다. 가장 큰 구조물인 ‘오디토리움’은 대중 모임, 공연, 강연을 위해 설계됐다. 각진 지붕과 반투명한 핑크색 폴리카보네이트 개구부가 특징이다. 파빌리온 북쪽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에는 예술가 헤만 총과 아키비스트 르네 스탈의 <읽지 않은 책들의 도서관>을 만나볼 수 있다. 기증된 책들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서펜타인 사우스 갤러리의 역사적 역할을 기념하는 고요한 ‘티하우스’는 1970년 미술관이 되기 전 건물의 원래 기능을 떠올리게 하는 휴식을 위한 파빌리온이다. ‘플레이 타워’는 주황색 그물망이 설치된 피라미드형 목재 구조물로, 놀이와 소통을 위한 열린 공간이다.
조민석의 ‘다섯 섬과 그 사이’는 현대 기술과 지속 가능성, 건축과 자연의 공존을 보여주는 동시에 대중의 참여와 상호작용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한다. 건축계가 지속 가능하고 문화적으로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역사와 예술, 관객 사이의 가교를 구축하고자 하는 서펜타인에 공명하며 한국 전통 건축 중에서도 사통팔달하는 마당의 알레고리를 글로벌 어휘로 엮어내고 있다. 자료제공: 서펜타인 (사진: 이완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