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노말건축사사무소
산업화가 진행되던 1970년대 전주시 팔복동은 전주를 대표하는 경공업 지역이었다. 농촌 마을은 제조업 공장 지대로 변모하며 산업 시대의 부흥기를 맞이했다. 현재도 운영 중인 전북도 대표 기업 중에는 팔복동에서 문을 열어 여전히 그곳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시대가 격변하면서 쇠퇴하는 운명을 맞았고, 일자리를 찾아 모여들었던 사람들은 또다시 일자리를 찾아 떠나게 되었다. 한때 전주의 경제를 책임졌던 팔복동은 이제 쓰임을 잃고 방치된 쪽방촌 공장과 직원 숙소처럼 지나간 시대의 흔적으로 남았다.
산업 구조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수도권 집중화,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 등 현대 사회의 도시 문제들은 지방 도시의 쇠퇴와 소멸을 앞당기고 있다. 지자체가 도입하는 정책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는 사람을 모으는 일에는 사람과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지. MBC 프로그램 ‘빈집살래’는 그러한 한계를 민간 차원의 참여를 더해 시도한 사례로, 전주시와 민간기업, 방송국이 협력하여 진행한 도시재생 모델 프로젝트다. ‘주막’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팔복동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은 공간이다.
빈집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본채 지붕과 바닥이 무너져 내려앉은 한옥집과 무성히 자란 잡초는 이곳에 오랜 시간 사람이 살지 않았음을 짐작케했다. 별채의 기둥 상부는 그나마 쓸 만했지만 하부가 대부분 썩은 탓에 구조재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팔복동 풍경의 일부로서 존재했던 건물을 지우기보다 가능한 한 살리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기존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붕부터 철거한 다음, 썩은 기둥 하부를 철재로 감싸고 몰탈을 이용해 구조를 보강했다. 지붕은 하중을 고려해 현대 재료인 종석으로 변경하여 기존 기와 지붕 형상과 비슷하게 디자인했다. 별채는 벽체만 남겨 두고 안쪽에 새 건물을 삽입하여 재단장했다.
과거 주막은 여행객이 쉬어가는 쉼터이자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서 내부 공간에서는 주로 숙박과 취사를 하고, 외부 공간에 평상을 놓고 쉬거나 식사를 했다. 팔복동의 ‘주막’에서는 날씨의 영향을 덜 받도록 야외를 실내화하면서 바깥과의 연결을 꾀할 장치를 두었다. 철제 외벽과 같은 재료로 주방과 홀 사이의 벽을 마감하고, 지붕의 재료를 내부 천장까지 사용해 내부 홀이지만 외부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암시했다. 평상은 외부에서 내부로 이어지도록 연결하고 조경을 계획해 안팎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는 비교적 좁은 공간을 개방성 있게 여는 효과를 내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인접한 공터를 공원으로 조성함으로써 마을과 공간을 공유하여 담을 헐었다.
작품명: 주막 / 위치: 전라북도 전주시 팔복동 / 설계: 노말건축사사무소 / 책임 건축가: 최민욱, 이복기, 조세연, 이은교 / 시공: 남아종합건설 / 인테리어 시공: 구파트너 / 조경: 노말건축사사무소, 구파트너 / 형태: 대수선 / 용도: 제2종 근린생활시설 (일반음식점) / 대지면적: 251m² / 건축면적: 104.40m² / 연면적: 104.40m² / 건폐율: 41.6% / 용적률: 41.6% / 규모: 지상 1층 / 구조: 목구조, 경량철구조 / 외장 마감재: 고내식칼라강판, 종석뿜칠, 유리 /완공: 2023 / 사진가: 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