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ME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편집 김예진
자료제공 웨스피 드 뫼론 로메오 아키텍츠
호수와 포도밭을 배경으로 한 목가적 풍경을 벗 삼은 스위스 브리싸고 피오디나. 경치 좋은 마을 언덕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오래된 석고 벽 집을 만난다. 여러 차례 개조하면서 불필요하게 덧붙여진 석고 작업으로 인해 외관이 크게 달라지고 테라스 크기도 과하게 커져버린 집은 그동안의 변화 과정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본래의 고유한 매력은 반감된 모습이었다. 필요한 것은 호숫가 스위스 주택 건축물의 장점을 살리고 품질을 높이는 것. 그만큼 섬세한 방식이 필요한 개조 작업이었다.
먼저 오래된 외벽과 내벽을 뒤덮었던 석고를 제거하자 그 안에 숨어 있던 자연석이 드러났다. 상층부 창문은 기존대로 유지했지만, 거실과 부엌이 있는 제일 아래층에서는 개구부 세 개를 추가해 채광 조건과 전망 범위를 개선했다. 그중 주방과 식당이 있는 쪽 두 개의 개구부는 기존의 위치를 따랐다.
거실, 식당, 주방은 제일 아래층에 배치하여 앞마당의 정원과 관계를 형성한다. 이로써 부자연스럽게 자리를 차지하던 상층부 테라스를 제거할 수 있었다. 두 개 층 높이로 뚫린 거실은 다른 층과 공간적 소통을 이룬다. 여러 층에 걸쳐 낸 창을 통해서는 두터운 벽 너머로 적절한 양의 빛을 들인다. 욕실과 계단에서는 기존 천장을 제거하고 수평 유리를 설치하여 목조 지붕 트러스를 노출시켰다. 과거의 구조와 재료, 현대의 재료를 배열한 건물의 연대표와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