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프 논현 7723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리슈건축사사무소
무심하게 서 있는 수많은 상자 모양의 건물들. 필지를 따라 한 치의 면적도 양보하지 않는 평면의 적층과 그것을 감싼 파사드의 경계는 배려 없는 격리에 가깝다. 이렇듯 오늘날의 건축은 도시와 격리되어 있다. 잃어버린 도시와의 관계를 찾는 언어는 경계선에서 한 발 물러서고, 공간 사이를 여백으로 확장하며 경계를 격리가 아닌 관계로 치환한다.
‘스케이프 논현 7723’은 도심 속 땅의 맥락을 해석해 계획했다. T자형 도로의 모서리를 끼고 선 필지의 선형은 벽돌을 쌓아 닫은 외피로 형태의 윤곽을 잡으면서, 1층과 3층을 깎아 보이드한 입면을 형성한다. 길과 면하지 않은 최상층에서는 영롱쌓기로 틈을 내준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1층 사각형 평면은 필지 경계에서 물러 들어가 위치하고, 비워진 그 사이를 지하로 이어지는 선큰과 계단으로 활용한다. 지면에서 띄운 1층으로 오르는 붉은 게이트가 모서리에 배치돼 있고, 사선 유리벽 아래를 주차 공간으로 할애한다.
필지는 건폐율 60%에 용적률 150%인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다. 건폐율은 해당 필지에서 건물을 채울 수 있는 기준이고, 용적률은 층수를 올려 내부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 기준이다. 또한, 북측은 일조사선으로 4층부터 바닥면적이 줄어든다. 스케이프 논현 7723은 이러한 법규 제약을 또 다른 질서를 세우는 규율로 변환한다. 건폐율은 필지에 채우고 남는 40%의 잠재성을 찾는 규율로 바뀌고, 용적률은 면적을 채우되 남는 면적을 건축적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일조사선으로는 내부 공간에서 확장된 외부 공간을 만든다.
그렇게 형성된 옥외 공간에서는 한강 건너 북한산까지 조망한다. 여기에 4층 테라스, 계단, 엘리베이터를 연결해 건물 이용자들의 일상 속 휴식공간을 완성한다. 법규 제약을 도시 속에서 긍정적으로 구현되는 건축의 가능성으로 이용한 시도는 지역적, 장소적, 도시적, 환경적 상황에 관계없이 경계를 긋는 자본주의 공간에서 벗어나 맥락적 일상의 장소를 선사한다.
작품명: 스케이프 논현 7723 /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 설계: 리슈건축 (홍만식) / 설계팀: 임도영 / 시공: 유.이후건설 / 건축주: 유한회사 스케이프 / 용도: 단독주택 (다가구 주택), 제2종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276.60m² / 건축면적: 165.64m² / 연면적: 736.70m² / 건폐율: 59.78% / 용적률: 149.82% / 규모: 지하 2층, 지상 4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외부 마감: 점토 벽돌 / 내부 마감: 콘크리트면 정리, 노출 미장 / 주차: 5대 / 완공: 2022 / 사진: 김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