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건축 모형 박물관
에디터 현유미 부장
자료제공 우토피아 랩
중국 상하이 소재의 건축설계사무소 ‘펑유주’의 창립자는 일본 도쿄에 있는 창고형 건축 모형 박물관 ‘건축창고Archi-Depot‘에 영감을 받아, 상하이에 중국의 우수한 건축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유사한 기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지역과 시대에 따른 차이에도 불구하고 매우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박물관이 곧 미래 도시의 거대한 표본인 셈이지요.”
건축가들은 건축창고에 건축 모형이 빽빽히 자리해있는 걸 보고 렘 쿨하스의 저서 ‘정신 착란증의 뉴욕Delirious New York’에서 언급된 A.B. 워커의 만화를 떠올렸다. 20세기 초 도시를 채운 마천루를 유토피아적 상상력으로 표현한 그림이었다. 이는 박물관을 미래 수직 도시의 모델로 만드는 데 영감을 주었다.
건축가는 1912년 공상 과학 소설인 <더 나이트 랜드>에서 영향을 받아 미래 도시를 ‘최후의 보루’라고 불렀다. 지름 32mm의 높은 둥근 막대를 기본 요소로 하여 미래 도시를 표현하기로 했다.
‘최후의 보루’라는 의미를 담은 건축 세계를 이룩하는 데에 총 5,653개의 강철 막대가 사용되었다. 막대들은 서로 경쾌하게 어우러져 박물관의 공간을 나누고 있다.
내부 공간은 사람과 모형의 크기를 고려해 설계되었다. 모형 기준으로 봤을 때, 모형을 놓는 선반의 높이만 해도 열 가지가 넘는다. 서로 다른 높이에 전시되어 자유분방한 느낌을 자아낸다. 선반은 둥근 막대에 캔틸레버 식으로 용접되어 각자의 높이에 자리한다. 사람 기준에서 보면 모든 전시실을 가로지르는 복층이 비슷한 분위기를 낸다. 복층은 지름 32m의 하얀 강철 튜브에 매달려 있다. 모형과 사람, 이 두가지 기준에서 오는 시각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강철 파이프로 이루어진 공간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다. 박물관의 주요 동선을 이루면서 전체 건물의 일부이기도 한 모형들 사이로 방문객들은 돌아다니며 감상에 젖는다.
건물 남서쪽 구석에 있는 원형 공간은 사람들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로마 판테온처럼 신성한 빛이 가득 드리우고 평화롭다. 그 옆에는 복층으로 연결된 계단이 놓여있는데, 복층 바닥의 하중을 줄이고자 구멍이 송송 뚫린 바닥재를 사용했다. 구멍 사이로 빛이 아래 전시공간까지 스며들어 미래 세계에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마치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보는 듯하다.
‘최후의 보루’는 불규칙한 지형에 솟아난 완벽한 사각형이다. 그 만남은 구석마다 공간의 조각을 남겼고, 이는 ‘신성한 장소’가 되어 박물관을 현실 세계와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준다.
건축가는 원래 박물관에 커튼을 드리워 철저히 내부에 집중한 고립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원형 막대를 세우고 하늘에서 내려온 빛이 내부에 스며들자, 실체가 스러지듯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개방성, 속세, 다양성, 기회, 사고 또는 일시적인 기억 상실, 순간적 영감, 찰나의 아름다움, 연약함… 이 모든 것 역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이 박물관이 건축의 선언문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건축은 미래를 직시해야 하며, 역사와 전후 사정, 지역 감정의 뒤로 숨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출발점으로 생각하고 더 뜨거운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
Project: Models in Model / Location: Fengyuzhu Headquarter, Shanghai, China / Architects: Wutopia Lab / Lead architect: YU Ting / Project architect: Wutian Sun / Design team: Haixu Zhang, Ben Zhang / Construction: Shanghai Maichang Construction Ltd. / Client: Fengyuzhu / Area: 1,000m² / Completion: 2019.1. / Photograph: ©CreatAR Images (courtesy of the archit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