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공간,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은 많지만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공간을 떠올리자니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기억에 남는 공간, 나에게 의미 있는 공간을 찾고자 한다면 ‘건축가의 공간 일기’가 제시하는 공간 감상법에 귀 기울여 보자. 이 책은 나만의 공간을 즐기고 싶은 이들의 아쉬움을 달랠 공간 감상법을 알려 주고자 기획되었다.
저자 조성익은 대학에서 건축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가다. 그는 우선 공간이 전하는 소리를 듣고, 공간에서 생기는 감정과 생각의 변화를 느껴 보라고 권한다. 저자에 따르면, 진정한 공간 감상은 공간을 나답게 즐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간에 나를 두고 공간이 건네는 소리를 듣다 보면 공간을 살피는 관점이 변화하고, 나아가 생활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는 것. 그러한 변화가 바로 나만의 인생 공간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이 책은 공간 일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건축가가 일상에서 만난 공간에 대한 기록으로, 건축가의 경험을 토대로 전개된다. 그는 좋은 공간을 만날 때마다 그 공간의 설계 방법은 무엇인지 살피고, 그곳에서 어떠한 감정을 느꼈는지 글과 그림으로 정리하곤 했는데, 그 모든 기록이 이 책의 시작이 된 셈이다. 건축가의 시선을 따라 해외 명소와 일상 공간을 오가다 보면, 평소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공간의 면면을 탐색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저자가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에 공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지친 몸과 마음을 돌아보는 공간, 스트레스를 풀어줄 감정 대피소, 조용한 유대감을 도모할 수 있는 아지트, 집중력을 되찾아주는 몰입의 장소, 평범한 일상을 다시 보게 해주는 영감의 공간까지, 어떠한 공간에 있을 때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될지 깨닫게 된다면 그 또한 나만의 공간 찾기, 진정한 공간 감상법이 된다. 인생 공간을 늘려 가고, 공간에서 생기는 감정을 나답게 누리는 것이야말로 이 책이 궁극적으로 제안하는 ‘공간의 행복’이다. 다시 한번 저자의 말을 빌려 본다. “인생 공간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는 모두 공간 여행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