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글 전효진 차장, 정호연 기자 편집 조희정
전통 한옥의 고즈넉한 아름다움과 고층 빌딩의 현대적인 세련미가 공존하는 도시. 과거와 현재, 오늘과 내일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진화하는 도시 서울. 그런 서울의 미래 건축을 그려보는 전시 ‘미래를 짓는, 서울’이 지난 4월 19일부터 6월 23일까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렸다.
도시건축전시관의 올해 첫 기획전인 이번 전시는 ‘더 자연스럽지만 더 오래 갈 수 있는 건축’의 방법들을 탐구해보는 자리로, 크게 세 개의 챕터에 걸쳐 서울의 한옥과 목조건축, 다양한 지속가능한 재료들을 살펴본다.
서울 한옥: 전통과 현대의 교차점
2001년 북촌가꾸기(한옥 1.0)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서울시 한옥 정책은 2008년 서울한옥선언(한옥 2.0)과 2015년 한옥자산선언(한옥 3.0)을 거쳐, 지난해 한옥정책 장기 종합계획인 ‘서울한옥 4.0 재창조’를 수립하기까지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 왔다. 전시의 첫 챕터에서는 약 20여 년에 걸쳐 이루어진 이 같은 서울시 한옥정책이 일목 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더불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시 우수한옥으로 선정된 한옥 97개의 연력도 사진과 패널로 함께 소개되어, 그야말로 서울 한옥의 현주소를 만나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만한 8개의 작품은 독립적인 패널과 모형으로 전시되어 좀 더 상세하게 들여다 볼 수도 있다. ‘서울주얼리지원센터’는 전통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만든 건축물이다. 가로를 향해 처마선이 나열된 입면 구성으로 개방성과 접근성이 용이하다. 담장으로 닫혀있던 기존 한옥에서 벗어나, 투명유리 스킨을 도입하여 외부와의 연계를 만든다. 특히 ‘경사 커튼월’은 우천 시 낙수에 취약했던 점을 해결한다. 단순히 외관의 보존을 넘어, 현대적 요구를 반영한 기능적 발전을 만들었다.
서울 목조건축: 친환경 미래를 향한 도약
두 번째 챕터인 ‘서울 목조건축’에서는 실제로 준공되었거나 준공 예정된 12개의 공공 목조 건축물이 소개된다. 각각 중목구조, 친환경 소재, 에너지 효율, 탄소 저감기법 등의 키워드가 적용된 작품들로, 미래 지향적인 친환경 건축의 중요한 단서가 될 만하다. ‘숨 쉬는 그물’은 서울숲에 위치한 야외공연장으로 철, 콘크리트와 대비되는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공연장의 무대는 통로까지 포함한 18m 폭의 공간으로 확장해, 열린 공간으로 구성했다. 벽면은 다공성 그물망 형태로, 빛과 바람이 잘 지날 수 있게 했다. 생태적인 다공성 그물망은 목조건축이 한 형태에 머물지 않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공간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속 가능한 재료: 자연과의 공존
세 번째 챕터인 ‘지속 가능한 재료’에서는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자연 재료들이 소개되며, 이를 활용한 실험 결과를 살펴볼 수 있다.
칡, 괭생이모자반 등은 지속 가능한 잠재성을 가진다. 칡은 섬유질이 튼튼해서 건축 자재로 활용될 수 있는 친환경 재료이다. 때문에 칡즙 찌꺼기를 수거하여 미장, 벽돌, 단열재, 종이와 벽지를 만들 수 있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유입된 괭생이모자반 역시 질긴 섬유질을 가지고 있어서 건축자재로 개발될 수 있다. 이처럼 현대적 요구에 맞춘 자연재료의 활용은 미래의 건축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협업 전시 <미래를 짓는 광주 폴리 : 순환 폴리>
협업 전시로는 ‘미래를 짓는 광주 폴리 : 순환 폴리’가 전시된다. 도시재생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광주 폴리와 달리, 이번 제5차 광주 폴리는 기후문제와 이동성에 집중한다. 재료, 공법, 디자인을 기후위기의 해법으로 보고, 이를 실현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숨쉬는 폴리’에 사용된 목재는 다공성 다발 구조의 숨 쉬는 재료이다. 단순한 직사각형 평면에 박공지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붕 일부를 변형하여 만든 에어포켓에 더운 공기를 모은 후, 전동창을 통해 배출한다. 또한, 땅속에 매설된 쿨튜브를 통해 유입되는 땅속 공기는 실내온도를 ±5°C로 조정한다. 필요한 전기는 루버 형태의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으로 생산한다. 이는 광주 폴리 유산을 이어가며, 오늘날 직면한 기후위기에 대한 건축적 해답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 건축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지속가능한 건축적 비전을 제시했다. 전통적인 미학과 기능성을 유지하고 현대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전통 건축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기회였다. 또한, 미래의 건축은 단순한 공간 제공을 넘어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해야 함을 보여줬다. 지속 가능한 건축이 선택의 요소가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임을 인식하고 미래를 위한 건축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자료제공/서울도시건축전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