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후쿠초 주택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편집 한정민
자료제공 루비스
일본에서는 1990년대 경제 부흥 이후로 지속된 불황,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의 영향으로 오랜 시간 방치된 빈집이 늘고 있다. 이러한 ‘아키야(空き家)’ 문제는 일본 사회에서 심각한 현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일본 내 빈집 수는 천만 채, 고령 인구를 고려하면 2038년에는 전체 주택 중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이 31%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후쿠초 주택 리노베이션은 집주인의 비용 부담 없이 오래된 빈집을 개조해 재임대하는 공공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 도쿄 시부야에서 몇 정거장 떨어진 조용한 주거촌 에이후쿠초에 70년 전 지어진 전형적인 일본식 주택이 있다. 주거 인구가 많은 곳이라 밀도가 높지만, 마당과 주차 공간을 갖춘 집이다. 본래 1층은 집주인의 공간이었고, 2층은 공용 공간을 갖춘 하숙방이었다. 집주인이 더 이상 하숙 사업을 운영할 수 없게 되자, 위층을 개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그럼에도 몇 년간 집이 비어 있었지만, 다행히 잘 관리된 편이었다.
집에는 다다미 바닥, 한지 창호인 쇼지, 돌 바닥의 도마 등 일본 전통 요소가 많이 남아 있었는데, 향후 이 건물을 이용할 고객이 정해져 있지 않았기에 이들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현대 생활에 더 적합한 공간을 만드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았다. 임대를 고려하여 두 개 층을 독립된 유닛으로 분리했으나, 추후에 다시 연결할 수 있도록 기존 계단을 벽 뒤에 남겨 두고 제일 아래 두 개 단을 1층 거실에 노출시켜 의자, 선반 또는 단순 장식 요소로 사용하도록 새로운 용도를 부여했다. 2층으로 곧장 오르는 외부 계단은 붉은색으로 칠하고, 엘리베이터는 철거하여 수납 공간으로 바꾸었다.
1층 평면도는 크게 변경하지 않았다. 더 많은 빛과 공기를 들이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복도 벽을 허물어 나무 기둥만 드러냄으로써 거실과 식당을 통합했다. 2층도 같은 방향으로 개조했다. 벽을 허물어 개방형 공간을 만들거나, 천장 보드를 제거한 뒤 노출된 나무 기둥을 흰색으로 칠하여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었다. 마당 쪽 복도에 더 많은 햇빛이 들어오도록 방의 남쪽 면에 있는 쇼지 창을 그대로 유지했다. 부엌에 부착한 가로세로 10cm 크기의 일본 근대 시대 타일은 집의 전통적인 분위기와 조화를 이룬다. 전통과 현대의 연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등 스위치처럼 작은 부분도 그대로 보존했다.
Project: Eifukuchō House / Location: Eifuku, Suginami City, Tokyo, Japan / Architect: Roovice / Lead Architects: Maoko Sato / Use: house / Gross floor area: 130m2 / Bldg. scale: two stories above ground / Material: wooden / Completion: 2020 / Photograph: ©Akira Nakamura (courtesy of the archit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