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주민 공동시설을 공공에 개방한다는 조건으로 용적률 혜택 등을 받고도, 막상 입주 후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서울시가 ‘공동주택 주민공동시설 개방운영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다.
서울시 주택 조례에 따르면 100가구 이상 단지는 경로당, 어린이집 등 주민 공동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규제 완화 혜택을 받은 단지들은 이 시설 일부를 외부에 개방하기로 약속했다.
현재 정비사업 추진 단지 중 주민공동시설을 개방하기로 한 단지는 총 31곳이다. 이중 서초구 반포 소재의 ‘아크로리버파크’와 ‘래미안 원베일리’ 두 곳이 입주를 마쳤다. 하지만 두 단지는 입주를 모두 마친 후에도 커뮤니티 시설 외부 개방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고, 최근에 시설들을 다시 개방했다. 아크로리버파크는 수영장, 골프연습장, 북카페 등 15개 시설을 개방하기로 했으나, 입주 후 1년 8개월이 지나서야 개방했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지난해 8월에 입주하고도 스카이커뮤니티, 스터디카페, 지역창업센터 등 13개 시설의 개방을 미루다가, 올해 6월에야 단계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혜택을 받고도 입주 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갈등이 커지자, 서울시는 세부 기준을 만들어 관리하기로 했다.
우선 특별건축구역이 지정되는 건축위원회 심의 시부터 분양, 준공,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등 사업 진행 단계별로 시설개방에 관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명시하고, 특별건축구역 지정 고시문, 사업시행인가 조건사항, 분양계약서, 건축물대장 등 공식적인 문서에도 명시해 시설개방을 확약받는다.
관련 법령 개정을 위해서도 노력한다. ‘공동주택 관리법’에 조합 등 사업 주체가 시설개방 운영을 약속한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도 이를 준수해야 함을 명시해 시설개방의 법적 근거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시설개방은 했지만, 외부인에게는 비싼 이용료를 받아 사실상 이용을 어렵게 하는 것 등의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공동시설의 운영권을 자치구에 위탁한다. 자치구의 결정에 따라 운영방식과 사용료를 결정하여 외부인 출입을 의도적으로 막는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개방을 미이행할 시엔 강력한 행정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다. 건축이행강제금 부과 및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로 등재하고, 용도변경 등 각종 행위 허가를 제한할 뿐 아니라, 모범단지 보조금 지원 등 각종 혜택에서도 배제해 강력한 행정지도를 통한 시설개방을 유도한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실장은 “일부 주민공동시설 개방을 조건으로 내부 동 간 간격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적용받은 후, 이를 어기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중대한 잘못”이라며, “앞으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된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들이 잇달아 들어설 예정인 만큼 주민공동시설 개방이 갈등 없이 잘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