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일마 쇼룸
에디터 현유미 부장
자료제공 라보토리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 ‘더 일마The ILMA‘는 날씨, 혹은 공기라는 의미의 핀란드어 ‘일마’에서 따온 이름이다. 모든 공간에는 그 곳을 아우르는 공기가 존재하며, 그러한 공기가 고객들에게 긍정적 기운을 전달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청담 일마 쇼룸은 모던함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모더니즘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구성주의 작가 엘리시츠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도형의 중첩과 배치, 대비를 통해 평면적인 작품을 입체적인 공간으로 치환시킨다. 이를 통해 모더니즘에 기반을 둔 ‘더 일마’만의 색깔을 보여주고자 한다.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형태와 질감의 대비이다. 평범한 빌딩 한켠에 입점해 있지만, 입구에서부터 극명하게 나타나는 대비로 인해, 쇼룸은 그 자체가 독특한 물성을 지닌 존재로 드러난다. 매장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파사드에는 곡선과 직선이 함께 사용된다. 모던하고 추상적이지만, 단조롭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다. 투명하고 매끈한 유리와 거친 돌가루가 섞인 특수 페인트가 빚어내는 질감의 대비는 이러한 역동성을 한층 더 강조한다.
매장 내외부에 공통적으로 사용된 둥근 형태의 매스는 일마 쇼룸의 조화로움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외부로 드러난 매스는 거친 돌가루로, 내부의 매스는 매끈한 목재로 마감함으로써, 통일성과 역동성을 넘나드는 내·외부의 조화를 빚어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감의 대비는 매장 안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돌, 유리, 나무, 금속, 서로 다른 분위기의 재료로 만들어진 벽체와 가구들은 서로 중첩되고 교차되면서, 극명하게 대조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낸다. 맑은 날, 바람 부는 날, 비가 오는 날, 눈이 내리는 날처럼,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날씨를 공간으로 표현한 듯하다.
매장 내부는 천장과 벽, 벽과 바닥이 각각 하나의 덩어리를 형성하면서 서로를 품고 있다. 천장부터 한쪽 벽까지 이어진 ‘ㄱ’자 모양의 공간과 바닥에서부터 다른 쪽 벽까지 이어진 ‘ㄴ‘ 자 모양의 공간이 서로를 감싸 안으면서 전체 공간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때, 두 공간은 각기 다른 질감의 재료로 마감하여 조화로운 대조를 이끌어 냈으며, 매장 한켠에는 목재로 된 원형 매스를 삽입함으로써 포근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또한, 벽체, 기둥, 행거, 선반, 의자, 카운터, 피팅룸 등, 매장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원과 직육면체, 곡선과 직선처럼 상반된 기하학을 적용했다. 공간에 리듬감을 부여하는 이러한 요소들은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달리 중첩되면서 한정된 면적의 공간을 보다 풍성하게 채운다.
작품명: 더 일마 쇼룸 / 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3번지 청담스퀘어 G121호 / 설계: 라보토리 / 대표 디자이너: 박기민, 정진호 / 디자인팀: 유슬기, 안진희 / 용도: 의류 매장 / 면적: 78m² / 규모: 지상 1층 / 내부마감: 콘크리트 하드너, 테라코트 슈퍼화인, 무늬목, 테라코트 슈퍼화인 / 설계기간: 2018.6.~7. / 시공기간: 2018.7.~8. / 사진: 최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