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진 돔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편집 김예진
자료제공 기예르모 헤비아 가르시아
원형의 그물 안에 쌓인 쓰레기의 무게가 그물을 축 늘어뜨렸다. 칠레의 한 공원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에 등장한 쓰레기 돔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늘면서 나날이 커지는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대중에 상기시키는 의도로 만들었다. 무분별하게 버려진 플라스틱과 폐기물은 바다 위에 쓰레기 섬을 이루어 둥둥 떠다닌다. 늘어진 그물 위에 쌓인 쓰레기는 그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대중에 공개된 파빌리온은 예상을 깨고 무작위로 뒤섞인 쓰레기더미의 형태로 놓여 있다. 적나라한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드러난다. 사용한 재료는 어망이다. 어망을 붙든 나무 구조물은 모듈 단위가 반복되면서 원을 한 바퀴 둘러 서 있다. 하단에 있는 수평 부재는 앉을 자리를 내어 준다. 앉아 있는 사람들 머리 위에 떠 있는 폐기물은 어망을 채운 양만큼 묵직하다. 그 무게로 아랫부분이 볼록한, 거꾸로 뒤집어진 돔이 형성됐다.
나무 구조는 해안선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 교각을 연상시킨다. 단위 조립인 덕분에 손쉽게 설치하고 철거하여 장소를 옮겨 새로운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원형은 사방으로 방향성을 갖기에 어느 위치에 놓든 방향에 제약이 없다. 지금의 공원과 같은 열린 장소에서라면 더할 나위 없는 구조다. 원으로 배열된 24개 구조물을 따라 폐기물 무게가 균등하게 분산되어, 뒤집어진 돔을 안정적으로 지탱한다. 사람들은 폐기물과 메시지를 가득 담은 파빌리온을 중심으로 오가고, 앉거나 서성이거나, 모여 이야기한다.
Project: Inverted Dome / Location: O´Higgins Park, Santiago, Chile / Architect: Guillermo Hevia García / Collaborators: Felipe Droppelmann / Built area: 175m² / Project year: 2018 / Competition: 1st Prize / Model: Diego Rivera / Photograph: ⓒNicolás Saieh (courtesy of the archit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