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
에디터 현유미 부장
자료제공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도시 한복판에 거대한 책이 세워진 듯하다. 호기심어린 눈으로 올려다보며 총총 걸음으로 다가가다 보니 아니다. 정방형의 창인 것 같다가도 사선으로 틀어져 있으며, 파란색의 프레임인 것도 같은데 백색이다. 아니, 사실은 다 맞다는 표현이 옳겠다. 도로를 향하고 있는 건물의 입면이 바라보는 각도와 거리에 따라 변화를 만들어 보이며 살아 움직인다.
대지는 서울시 마포구의 망리단길과 합정역의 중간지점에 자리한다. 3면이 도로에 면해 있는데다가 왕복 2차선 도로를 기준으로 주변 건물들 또한 도로에 바짝 붙어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도로 체계가 강남의 직선형 도로와 달리 그물망 체계를 띄는 전형적인 강북형 도로의 모습을 하고 있다. 때문에 도로에서 다음 블록 혹은 그 다음 블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동이 이루어지면 그제서야 움직이는 과정 가운데 풍경들이 시야 안으로 서서히 나타났다가 시야 밖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양상을 띈다.
대지와 도로의 여건을 통해 경험되는 이러한 양상이 건축적으로 치환된 모습을 공간은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서로 반대되는 대지의 양 끝에서 건축 방향으로 이동해 다가갈 때 시야 안으로 들어오는 건물은 각기 다른 모습이다. 합정역에서 다가갈 때 보여지는 건축은 마치 도심에 책 한 권이 거대하게 세워져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책을 바라보며 다가가다 보면 파란 입면을 마주하게 되고 정면을 지나갈 즈음 투명한 창문들의 질서정연한 나열을 맞이하게 된다. 그와 반대되는 방향인 망리단길에서는 건물의 창문이 우선적으로 보인다. 건물 앞으로 지나가는 시점에서야 파란 입면을 마주하게 된다. 한 몸에 각기 다른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라 이름붙인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주 도로에서 보이는 입면도 다르며, 양옆 좁은 도로에서 진입하는 도로에서 보이는 모습 또한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건축과 인접한 대지 간에는 낮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구분되곤 하지만, 이 영역에 골조가 추가되어 있고 벽면 녹화가 이루어져 있다. 덕분에 세로 축의 초록을 도시와 공유하고 동시에 좁은 대지 안에서 서로 간섭하기 쉬운 건축물 간에 프라이버시도 지켜준다.
건물 전체가 북카페로 계획된 만큼 내부의 코어와 창호 부분에 책장 레이어가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공간은 외부에서 안으로 벽면 녹화, 책장, 그리고 내부공간의 위계로 구획된 셈이다. 한 층 한 층 올라갈 때마다 주변 환경이 달라지는데, 각 층의 창을 통해 달라지는 조망을 투명하게 담아내고 있다.
망리단길과 합정역의 중간지점이라는 위치적 특성상, 두 영역을 연결 및 매개하는 동시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꼼마’의 역할이 부각되기에 마땅하다 싶다.
작품명: 야누스 / 위치: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441-35 / 설계: 유현준건축사사무소 / 설계팀: 유현준, 전지영, 성진협 / 시공: 주.제효 / 구조설계: 세움 / 전기, 기계설계: 주.건창기술단 / 조명: 뉴디스 / 조경: 한솔그린조경 / 건축주: 주.문학동네 / 대지면적: 332.60m² / 건축면적: 193.39m² / 연면적: 859.34m² / 건폐율: 58.14% / 용적률: 198.57% / 규모: 지하 1층, 지상 6층 / 높이: 24.15m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모노쿠쉬 / 설계기간: 2019.2.~8. / 시공기간: 2019.12.~2020.7. / 사진: 신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