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미농장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편집 한정민
자료제공 투닷건축사사무소
경기도 양평의 깊은 산중은 오늘도 고요하고 평화롭다. 삼각산과 배미산, 매봉산의 줄기가 모이는 망미리 골짜기에선 사람의 말보다 자연의 움직임이, 사람의 그림자보다 자연의 음영이 익숙하다. 이토록 인적 드문 산속에 들어서는 건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은퇴 이후 망미리에 정착한 건축주 부부를 떠올리며 제일 처음 던진 질문이었다.
자연과 관계 맺기. 이 땅에서 중요한 요소는 녹음이다. 산골은 오랜 세월 축적된 장소성을 지녔다. 골짜기를 맴도는 장엄한 기운에 살짝 움츠러드는 순간, 자작나무 군락은 새 이웃을 향해 손을 뻗어 인사를 건넨다. 자작나무의 수형은 얇고 길게, 최대 20m까지 자라며, 수피는 은회색을 띤다. 짙푸른 녹음 사이에 건물이 자리할 방법은 은빛 자작나무와 같은 존재감을 입는 것. 그렇게 자연이 보내는 환대에 감사를 표하듯, 함께 어우러져 긴 시간을 공유하길 바랐다.
망미농장의 삼각 지붕은 나무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에서 탄생했다. 단순하고 완결한 삼각형, 그것도 양변이 같은 이등변 삼각형은 두 변이 만나는 각도에 따라 벽과 지붕의 구분이 없어지게 만든다. 경량 목구조에서 흔히 사용하는 6.1m SPF 구조목을 60° 기울여 설치하니 충분한 층고가 확보됐다. 이로써 공정이 간결해졌고, 가파른 경사 덕분에 방수에도 최적이었다. 나무의 모양을 닮은 건물 내벽과 외벽, 지붕구조, 바닥, 계단 모든 곳에 따스한 질감의 목재가 깔렸다. 사용한 다섯 종의 목재 가운데 구조목으로 쓰인 전나무, 가문비나무는 단단하면서 가볍고, 밝은 황갈색에 무늬가 수려하다. 벽에 적용한 삼나무는 습기에 강하고 붉은빛이 감도는 황갈색이다. 내벽의 미송합판은 밝은 미색을 띤다.
자작나무의 수피를 따라 입은 은빛 스틸 지붕은 나뭇결처럼 촘촘한 수직선이 새겨졌다. 지붕의 선을 절취선삼아 은빛 마감을 걷어낸 자리, 유리창 안으로 한껏 깊어지는 공간감까지. 자연 속에서, 자연의 모습을 따라가며 완성됐다.
작품명: 망미농장 / 위치: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바깥섬부리 길 1 3-52 / 설계: 투닷건축사사무소 주식회사 (조병규, 소정호) / 설계팀: 천철규, 이재준, 심건규 / 시공: 주.KSPNC / 구조설계: ZESS연구소 / 기계설계: 주.한빛안전기술단 / 전기설계: 주.천일엠이씨 / 소방설계: 주.천일엠이씨 / 건축주: 한흥식 / 감리자: 조병규 / 용도: 온실,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698m² / 건축면적: 137.91m² / 연면적: 137.91m² / 건폐율: 19.76% / 용적률: 19.76% / 규모: 지상1층 / 구조: 일반목구조 / 외부마감재: 칼라강판, 삼나무규화처리 / 내부마감재: 미송합판마감 / 사진: 최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