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달오름
에디터 전효진 차장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제주도 전역에서 곧잘 마주치게 되는 작은 화산 ‘오름’. 제주 동남쪽 어느 한적한 마을 어귀에 두 개의 오름이 솟아났다. 주택 겸 펜션인 ‘제주 삼달오름’이다. 분화구를 닮은 형태부터 삼달이라는 지명을 붙인 이름까지 요소마다 오름을 연상케 한다.
‘삼달오름’이 자리한 삼달리는 바다가 지척에 있는 마을이다. 하지만 부지 주변은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 바다의 광활함보다 숲의 아늑함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건축주는 이 땅에 어머니를 위한 집과 제주를 찾은 이들이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숙소를 만들고자 했다. 특정한 개인과 불특정한 다수, 각각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서로 간의 상충된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어머니’로부터 그 실마리를 찾는다. ‘어머니의 집’이라는 프로그램은 ‘어머니의 품’이라는 이미지로, 모든 생명의 근원인 ‘어머니 대자연의 품’이라는 이미지로 확장된다.
제주 곳곳에 300개가 넘게 분포해 있는 오름은 제주다운 대자연의 품 그 자체였다. 움푹 파인 오름의 분화구는 따듯함을 가진 공간으로 치환됐고, 그렇게 제주의 오름은 삶을 품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기다란 모양의 부지에는 오름을 닮은 두 개의 비정형 매스가 놓였다. 도로 쪽 매스는 어머니의 집이고 그 뒤쪽 매스는 독채 펜션으로, 둘 다 원형 평면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분화구에 해당하는 원형 평면의 중심부가 마당이 된다는 점도 똑같다. 다만 그 성격은 건물에 따라 달라진다. 주택의 마당이 일상의 배경이라면, 펜션의 마당은 일상을 벗어나게 해줄 유희적 장치이다. 형태는 단순하지만, 건물 용도에 따라 마당의 쓰임새를 달리함으로써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자 한 것이다.
제주의 지역성은 오름을 닮은 형태 뿐 아니라, 건물의 구조와 공간 배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채광과 통풍에 유리한 홑집 구조를 택한 것도, 대부분의 개구부가 중정 쪽에 몰려 있는 것도 모두 제주의 기후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목조 기둥과 콘크리트 벽체가 커다란 비정형 박공지붕을 받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여기서도 여전히 지역색이 짙게 풍긴다. 지붕 서까래부터 기둥까지 목재로 이루어진 구조체들이 실내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데, 전통적인 제주 돌집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건물의 구조를 드러내 보이곤 한다. 결과적으로 내부 공간에 적극적으로 드러난 목재는 지역색도 살리고 실내 분위기도 한층 아늑하게 만드는 열쇠가 되었다.
작품명: 제주 삼달오름 / 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 설계: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 고영성, 이성범 / 설계담당: 변주현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865m² / 건축면적: 203.33m² / 연면적: 169.99m² / 규모: 지상 2층 / 높이: 5.71m / 건폐율: 23.51% / 용적률: 19.65% / 구조: 중목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철골구조 / 외부마감: 신청고벽돌타일, 적삼목, 구로철판, THK24 투명 로이복층유리, 알루미늄 징크 / 내부마감: 테라조타일, 강마루, 수성페인트, 합판 / 구조설계: 터구조 / 시공: 전성호 / 설계기간: 2018.6~2018.11 / 시공기간: 2018.12~2019.9 / 준공: 2019.10 / 사진: 건축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