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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기상 이변과 갑작스러운 폭우, 한계를 넘어서는 폭염과 한파로 전세계 도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자연 재해를 인간의 힘으로 통제할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기후 위기 시대를 앞당기는 데에 무분별한 도시 개발이 한몫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개발 중심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한 수질 오염과 환경 파괴로 도심 곳곳은 크고 작은 홍수로 피해를 겪고 있다. 이에 많은 도시에서 생존을 위한 재난관리 대책으로 물그릇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시를 지나는 강은 삶을 일구는 터가 되었고,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주축이 되었으며, 도시 경관을 가꾸는 환경, 경제, 문화 수단으로 역할하고 있다. 세상의 문명과 문화를 피워낸 도심의 강은 병든 도시를 보살피는 물그릇으로도 주목받는다. 도쿄는 인공으로 만든 강과 지하수조로 홍수를 예방하고, 파리는 빗물 저장 시스템을 정비해 중수 활용도를 높인다. 세계 주요 도시 중에는 이처럼 정주 환경을 구축하는 이면에 물을 다스리는 노력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
그렇다면 한강은 어떨까? 한강의 도시 서울에서는 여름이면 지하철 역과 지하 주차장은 물론이고 번화가 도로에서 침수 현상을 겪고 각종 인명사고와 물리적 피해를 입곤 한다. 그러나 미처 예측하지 못한 변화로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이에 ‘육백미터 한강 다이어트’의 저자 조신형은 건축가의 시선으로 우리가 처한 기후 위기 시대에 ‘한강’이라는 물그릇을 활용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관리 시스템을 제시한다.
‘한강 다이어트’는 한강을 건강하고 균형 있는 체질로 개선하자는 뜻이다. 저자가 말하는 한강의 건강하고 균형 있는 체질이란, 갑작스런 기상 이변에도 강이 범람하지 않고 연중 강수량이 적절히 통제되는 상태를 말한다. 한강은 산업화 시대에 준설과 개발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계절별 격차가 큰 서울의 강우량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저자는 한강의 폭을 줄이되, 수심을 더 깊게 파내 침수와 홍수를 예방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그 밖에 제2의 강 역할을 하는 링로드와 물탱크를 설치해 물의 양을 일정하게 관리하고, 수소 에너지 발전을 활용해 물을 순환시키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홍수로부터 안전한 녹지를 확보하여 공공의 문화공간들을 조성하고, 관리된 수자원을 이용해 도시 내에 에너지 자급자족의 구조를 적용하는 내용까지 포괄하는 책은, 물 균형으로 순환하는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으로 나아가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2023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소개되어 이미 주목받은 저자의 이러한 구상은 ‘한강 다이어트’라는 개념으로 심화되어 균형 잡힌 도시가 가져올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상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