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 로오우
에디터 정호연 글 황혜정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백사장의 일부처럼 존재하려는지, 푸른 수평선을 따르듯 나지막하게 깔려 있는 콘크리트는 형태도 색감도 땅의 일부처럼 펼쳐져 있다. 침착하고 겸손한 태도는 높아지려고만 하는 주변 건물들과 차별되며 오히려 그 존재감이 더욱 선명하게 강조된다. 마치 작은 마을의 중심으로 자리하는 종교시설을 대면하는 느낌이다. 건축 공간을 매개로 바다를 마주하는 느낌이 그러하기를 의도한 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
바다는 그리움, 경이로움, 설렘 등 일상과는 다른 생경한 감정을 일으키는 매개체가 되곤 한다. 특히 깊고 푸른 동해 바다와 7번 국도가 주는 서정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동쪽으로는 바다와 서쪽으로는 도로와 접해 있는 한적한 땅은 클라이언트의 거주 공간과 여행객을 맞이하는 스테이를 모두 품고 있다.
타워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건축의 상징이 되는 동시에 스테이와 거주 공간 사이에서 완충지대로 기능하는 빈 공간이다. 이곳은 건물의 진입 영역으로,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을 맞으며 동해 바다를 처음으로 대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타워는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전환되는 장소가 된다.
비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서면서 마주하는 거친 표면의 콘크리트, 다공성의 지붕, 그 사이로 흘러내리는 빛, 벽을 타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어느새 자연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 마음과 시선의 끝에는 동해 바다가 일렁이고 있다. 타워는 도로 쪽으로 틈을 가지고 있는 복도로 이어진다. 태양의 고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이 틈을 다양하게 채우면서 복도는 풍부한 표정을 갖게 된다.
통로를 따라 다양한 높낮이로 진입하는 숙박동은 세 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다를 향해 열려 있고, 지붕의 이형적인 개구부들을 통해 다양한 빛을 내부로 끌어들인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스무 평이 채 안 되는 세 개의 객실은 몇 가지 특별한 공간적 요소로 인해 각기 다른 공간적 변주를 만들어 낸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객실은 유일하게 2층 구조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과 수영장이 자리하고, 오롯이 침실만 위치하는 2층에서는 눈높이를 따라 ‘띠창’이 사방으로 나 있어 바다와 백사장을 향해 환하게 열려 있다.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은 그러해서다. 중간 객실은 침실과 거실에서 수영장을 바로 접할 수 있다. 특히, 침실과 주방 사이의 연동 도어를 열어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객실은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큰 수영장이 특징이다.
타워를 기준으로 객실 반대편에 위치하는 주거 공간은 외부에서 보면 2층의 큰 볼륨을 가지고 있어 전체적으로 건축적 비례감과 조화를 보여 준다. 내부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곳이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작은 마당과 조경 공간이다. 이곳을 지나 현관에서 거실로 동선이 이어져 흐르며 자연스레 거실 앞에 자리하는 동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모든 공간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푸른 바다를 의식하고 있다. 각각의 시선으로 수평선에 집중하고 있으며, 바다라는 비일상을 자연스럽게 만끽하도록 공간적 변주를 꾀하고 있다.
작품명: 스테이 로오우 / 위치: 경상북도 영덕군 병곡면 백석리 / 설계: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고영성) / 설계담당: 조혜신 / 대지면적: 578m² / 건축면적: 106.01m² / 연면적: 99.55m² / 건폐율: 18.34% / 용적률: 17.22% / 구조: 철근콘트리트조, 철골구조 / 시공: 듀라크씨오엔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위 발수코팅, 콘크리트 월, 스터코, 목재 / 완공: 2024 / 사진: 고영성 (건축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