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목원(炭木園)
글 주리아 편집 조희정 에디터 정호연
자료제공 USER, NAUxLAB + 이지건축사사무소


울창했던 숲이 검은 재로 뒤덮인 땅. 그러나 그 속에서도 살아남은 나무들이 있었다. 2013년 울주군 산불의 상흔을 간직한 곳에 탄생한 건축물, ‘탄목원(炭木園)’이다.
탄목원의 이야기는 조경수 재배업을 하던 건축주가 약 4만 평의 임야 대부분을 산불로 잃으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는 불길을 견뎌낸 10여 그루의 나무들을 따로 표시하고 보살폈다. 이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건축가들은 ‘생존’의 가치를 건축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탄목원의 강력한 건축적 서사는 ‘탄화목(炭化木)’에서 비롯된다. 건축가는 산불의 기억을 담기 위해 500~700도의 고온에서 태워 탄소막을 형성하는 탄화목을 외장재로 사용했다. 숯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유사한 이 재료는 방수 및 병충해 저항성을 가지며, 화재 시 외장재의 훼손을 지연시키는 기능적 장점도 갖는다. 또한 탄화 과정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나무의 질감은 시각적·촉각적 경험을 극대화하며, 강렬한 조형미를 부여한다. 탄목원은 800m² 이상의 대규모 건축물에 탄화목이 적용된 국내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탄목원 설계의 핵심 가치는 자연과의 조화와 겸손함에 있다. 건물은 부지의 등고선을 따라 곡선 형태로 자연스럽게 배치되었으며, 특히 산불에서 살아남은 보호수들을 존중하고 이를 감싸안는 형태로 계획되었다. 이러한 설계는 남동쪽 코트야드 공간에서 두드러지는데, 보호수를 중심으로 통창을 배치하여 실내에서도 나무를 조망할 수 있도록 하고 실내외 공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강조한다. 이처럼 코트야드는 보호수 보존과 공간의 개방감을 동시에 확보하는 탄목원의 중요 공간이다.
내부와 외부 공간의 극명한 대비를 완화하기 위해 두 곳의 주 출입구에는 전이공간을 배치했다. 한쪽은 실내에, 다른 한쪽은 실외에 배치한 전이공간은 방문객이 건축물의 분위기에 점진적으로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서쪽 테라스는 차양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외부의 다양한 감각적 요소를 실내로 끌어들이는 매개체다. 이곳은 입면과 천장까지 탄화목으로 마감되어, 탄화목이 지닌 시각, 촉각, 후각적인 매력을 가장 극대화하여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동측 입면은 거울로 마감하여 건축물이 주변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투영한다. 이는 건물이 고정된 실체가 아닌,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의 풍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며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존재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다.
자칫 고전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박공지붕은 컴퓨터가 계산해 낸 곡선 형태로 디자인하여 현대적인 세련미를 더했다. 지붕의 양쪽 끝의 꼭짓점을 정밀하게 조정하고 이를 교차시키는 독창적인 방식을 통해 탄생한 이 곡선은 건물의 부드러운 곡면 외벽과 조화를 이루며 탄목원만의 독특한 입체감을 완성한다.
방문객의 동선 또한 면밀하게 고려되었다. 건물로 접근하는 과정에 수공간을 의도적으로 배치하여,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또는 두 번 방향을 바꾸어 들어가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동선은 방문객에게 다채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며, 건축물의 곡면 형태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동쪽에서 서쪽을 이동할 때 시야에 들어오는 이중 곡면의 RC 구조 지붕은 그 구조 자체의 예술적인 가치를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낸다.



탄목원은 산불 속에서 살아남은 나무들을 존중하고 그 기억을 담아낸 공간이다. 소실의 아픔을 딛고 그 위에 세워진 이 건축물은 탄화목이라는 특별한 재료와 세심한 디자인을 통해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시도하며, 재탄생이라는 의미를 건축적으로 구현해 내고 있다.
작품명: 탄목원 (炭木園) / 위치: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향산다개로 90 / 설계: USER, NAUxLAB + 이지건축사사무소 / 건축가: 박종방(USER), 이석(경희대학교, NAUxLAB) / 실시설계: 신명관 (이지건축사사무소) / 설계팀: 노금주, 정근영, 이다원, 최수혁, 김영빈 / 구조설계: 지민종합건설 / 건축주: 카페 먹 / 용도: 제2종근린생활시설 (카페) / 대지면적: 26,458m² / 건축면적: 746.11m² / 연면적: 854.13m² / 건폐율: 9.13% / 용적률: 10.53% / 높이: 8.09m / 규모: 지상 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마감재: 탄화목, 거울, 징크 / 완공: 2024 / 사진: 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