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곳곳에는 기증 건축물이 존재한다. 부유한 자선가들이 지원하는 도서관, 인도주의 단체가 만든 쉼터, 개발 보조금으로 세운 농장, 이슬람 재단의 자금으로 건설한 모스크, 우호적 외교 전략으로 선물한 경기장이 그러하다. 이처럼 인도주의적, 개발주의적, 외교적 목적으로 지어진 ‘선물’의 건축은 특히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처럼 급속히 발전 중인 대도시와 그 주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복지 국가가 점차 축소되면서 그로 인해 남겨진 문화∙사회∙교육 시설에 자본주의적 자선사업가들이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뮌헨 건축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더 기프트’는 웅장한 건축물에서부터 일상 건축물, 그리고 화려한 건축물에서 지극히 유용한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증 건축물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건축물에서 기부자와 수혜자 간의 불평등한 관계가 어떻게 관대함과 폭력을 동시에 행사하게 되는지를 보여 준다. 기증 건축물의 이점은 무엇이며, 번대로 그것은 어떤 해를 끼치는 것일까? 과연 기증 건축물은 상호 보상을 필요로 하는지, 그렇다면 그에 따른 보답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 또한, 건축물이 완공된 이후에도 수혜자와 기부자의 의무가 지속되는지, 지역 사회는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하고 있는지 그 사후 모습을 살펴본다.
이에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네 개 대륙에서 진행된 사례 연구를 준비했다.
첫 번째는 1963년 대지진 이후 재건된 북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 이야기로, 냉전 시대에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에서 일어난 지리적, 정치적 분열을 초월한 기부 사례를 다룬다. 두 번째 이야기는 가나 아샨티 지역의 ‘쿠마시’에 한 내용이다. 쿠마시에는 식민지 시대 말기에 설립된 크와메 은크루마 과학기술대학교가 있다. 대학 부지는 아산테 왕이 인근 지역 사회를 대표하여 제공한 땅이며, 이곳 지역 사회는 현재까지도 대학에서 제공하는 주택, 사회 인프라 시설의 보답을 받고 있다.
세 번째, 냉전 시대에 소련과 중국이 기증 건설한 몽골 ‘울란바토르’의 주택 단지에는 몽골 노동자가 거주하기 시작한 이래 현재 그의 자녀와 손자들이 살고 있다. 사회주의 시기의 세대들이 사용한 주거 공간을 어떻게 현대에까지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본다. 네 번째 이야기는 미국 캘리포니아 동부 지역의 ‘팔로 알토’를 배경으로 한다. 이 지역에는 번성한 실리콘밸리의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소외된 지역 사회가 있다. 우리는 메타(구 페이스북)와 같이 거대한 자본주의로 형성된 이웃들이 제공한 건축 기부에서 비롯된 기회와 위험을 주민들과 시 당국이 어떻게 협상해 이용하고 해결하는지를 연구한다. 그리고 전시 말미에는 독일로 돌아와 자선이 오늘날 뮌헨과 다른 독일 도시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뮌헨 전역의 기증 건축물을 탐방할 수 있는 도시 가이드를 제공한다. 박물관 외부 공간에는 작은 가구들을 활용하여 제작한 ‘기프트 바’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기증을 주제로 논의하고 관련 도서 행사, 공연, 오픈 키친 등 다양한 소규모 이벤트를 진행하여 기증의 의식적 측면과 그 안에 내재된 권력 역학을 깊이 탐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