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늘어가고 있다. 한 집에 사는 사람 수보다 반려동물 수가 더 많다는 얘기도 종종 들려오는 요즘이다. 그런 반려동물의 대표 격을 뽑으라면 단연 강아지와 고양이다. 과거에는 반려동물이라 하면 으레 강아지를 떠올리곤 했지만, 최근에는 고양이 집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와는 다른 매력을 지닌 고양이에 푹 빠진 이들이 많다. 지난해 말 기준, 무려 154만 가구가 반려묘를 키운다고 하니 농담처럼 나누는 ‘고양이 나만 없어’라는 말이 영 허튼 말은 아닌 듯한 요즘이다.
그렇지만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나와 전혀 다른 존재인 고양이와 같은 공간을 쓰며 공존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캣타워나 캣폴은 어디에 설치해야 할까, 고양이 화장실은 어디에 몇 개나 마련해야 할까 등, 고양이의 공간과 사람의 공간을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고민을 늘 마주하게 되니 말이다.
바야흐로 고양이 전성시대, 반려묘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고양이’와 ‘집’ 얘기를 담은 책 ‘가가묘묘-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이 출간됐다. 구체적으로는 ‘집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모여,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고민을 듣고 집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책이다.
책은 저자인 비유에스 건축이 종종 사무실에 밥을 먹으러 오던 길고양이, 짜구, 호구와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일곱 명의 반려묘 보호자들이 고양이와 함께 된 저마다의 사연과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며 하나둘 쌓은 경험들, 그리고 그들의 공간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원룸, 투룸,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 집의 형태는 각기 다르지만, 모두 고양이에 대한 깊은 애정 덕분인지 나를 위한 ‘내 집’이지만 사람의 스케일이 아닌 고양이의 시점으로 공간을 바라본다. 고양이의 본능과 습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것. 협소주택에서 방해물 같은 존재인 계단도 고양이에게는 최고의 놀이터가 될 수 있고, 좁고 따뜻한 수납장은 몸을 숨길 최적의 쉼터가 될 수 있다는 식이다. 예측 불가한 특성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고양이들을 존중하고 기꺼이 고양이들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그들의 집을 보면, 역시나 집은 집주인의 가치관과 삶의 모습,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정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이들의 집을 더 많이 설계하고 싶다는 순수한 욕심에 더 많은 인연을 맺고 싶었고, 이 책을 통해 그들을 만나게 된다면 절반의 성공 이상을 거두게 되는 셈입니다”고 말하는 건축가를 통해 일반적인 집이라는 공간을 탈피한 색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그들의 삶을 엿보며, 또 다른 묘연을 기대하게 한다.